1. 살인의 추억
200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이며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1986년 경기도 화성군.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사건 발생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입니다. 사건 발생 지역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수사본부는 구희봉 반장을 필두로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과 조용구, 그리고 서울특별시 시경에서 자원해 온 서태윤이 배치됩니다. 육감으로 대표되는 박두만은 동네 양아치들을 구타하며 자백을 강요하고, 서태윤은 사건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게 되죠. 용의자가 검거되고 사건의 끝이 보일 듯하더니 매스컴이 몰려든 현장 검증에서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구 반장은 파면당합니다.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했습니다. 강간 살인의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조차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찾기 시작합니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내죠.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 오는 밤에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혀 길을 걷게 하고 함정수사를 벌입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음부에 우산이 꽂힌 또 다른 여인의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들끓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넣습니다.
2. 살인의 추억,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모티브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 이는 범인 이춘재가 1986년 9월 15일 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3km 이내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저지른 성폭행 및 연쇄살인 사건입니다. 수십년 동안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제사건이라서 2019년 범인 이춘재가 특정되기 전까지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으로 불렸죠. 10차례의 연쇄 살인 사건이 모두 당시의 화성군 일대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논두렁, 수풀 등에 숨어있다가 밤 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노려 성폭행 후 살해하였는데, 대부분의 살인에 스타킹·브래지어·양말 등 피해자의 소지품을 이용하였습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으며, 젊은층에 한정되지 않고 13세부터 71세까지 다양하였고 사는 곳과 직업도 달라 연관이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1차에서 4차 사건이 일어날 때 까지 연쇄 사건이란 말은 하지 못하였으나 점차 이 사건에 대해 민심이 들끓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정부에서는 빨리 사건을 해결하라 경찰을 닦달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경찰 수뇌부가 직접 대규모 수사본부를 설치하였습니다. 연인원 205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었고 21,000여 명의 용의자들이 수사를 받는 등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인력이 동원되었지만 중구난방식 인원투입으로 비효율을 초래하였으며 수사 기법은 기껏해야 피해자들의 주변 인물이나 뒷사정을 캐 보는 등의 탐문 수사뿐이었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는 전무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과학 수사 시스템은 지금과 달리 전무 했고, 이 사건 이후 한국에 제대로 된 과학수사 시스템이 자리잡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3. 영화의 평가
세계적으로도 영화 평론가들이 호평을 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거론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흡입력 높은 시나리오, 미술과 조명 및 소품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범인의 체포 여부를 따라가다가 그 주변을 둘러싼 시대 풍자에 초점을 가하는 사회성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한국 영화의 대표 작품으로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사회적 불안, 시대의 억압, 인간의 본성을 치밀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첫째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긴장감을 조성해줍니다. 1986~1991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당시 수사 기법의 한계와 혼란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영화 개봉 당시 진범이 밝혀지지 않아 더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이후 2019년 이춘재의 자백으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둘째, 봉준호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유머와 공포, 긴장과 허탈함이 공존하는 묘한 톤 조절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담았습니다.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끝맺는 열린 결말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과 질문을 남깁니다.
4. 극중 범인은 누구인가?
'박현규'라는 인물이 진범인가에 대한 관객들의 추리는 많았고, 그가 진범일 것이다 라는 추측을 뒷받침 하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첫째, 전역하고 공장 취직한 직후부터 사건 발생을 하였습니다. 둘째, 그가 신청한 '우울한 편지' 가 라디오에 방송된 날과 사건 발생일이 일치 하는 점. 셋째, 사건 당일 집에서 방송을 들었다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소개된 방송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 넷째, 피해 생존자가 증언한 희고 부드러운 손. 다섯번 째, 조사를 받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이후 다음 날 여중생 사망 사건. 마지막, 피해자에게서 발견 된 정액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일치 하지 않는다는 점. 정황 증거상 그가 진범일 확률이 높지만 중요한 물증인 미국에서 보내온 유전자 검사 결과로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위의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박현규가 범인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이야기의 흐름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관련 인터뷰와 코멘터리를 조합해 보면 그의 존재는 일종의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가 외지인인 데다 어리숙한 그동안의 용의자들에 비해 비범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무척 강한 인물인 데다 사실상 그의 등장으로 영화의 후반부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가 범인이다.' 라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영화상에서도 박현규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요소는 작중 박현규를 심문할 때도 박현규의 표정과 행동이 본인이 모르는 이야기를 들어서 어이없어하는 걸 볼 수 있고, 물증을 제외한 정황 증거들은 맞았다 하더라도 우연하게 들어맞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분석한 범죄 프로파일러들이 그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고 박현규라는 캐릭터는 군사정권 아래 경찰국가였던 시절의 수사기관들이 저런 심증적인 증거들로 무고한 용의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넣은 사건들에 대해 일종의 비판과 일침을 날리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5. 마무리
영화 내 최고의 명대사, 박두만(송강호)은 극 마지막에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를 하게 됩니다. 이 대사는 송강호 배우가 범인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당신 같은 사람이 밥을 먹고 다닐 수가 있냐.'라는 뜻이 가장 크다고 하는데,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이 대사를 듣고 정말 잡히지 않는 흉악범을 대하는 형사들의 마음을 잘 대변 한 표현이라고 했죠.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이기에 많은 관객들이 기대를 갖고 보았으나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많은 울분을 가졌다고 합니다. 영화가 개봉하고 약 15년 뒤 진범을 잡게 되었고, 사건이 일어난지 30여년 만에 진범을 잡은데에 영화도 한 몫 한 것 같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어려운 여건들을 다 이겨내고 흥행에 성공하고 그 시대 한국 범죄 수사법이 현재 보다 많이 미미했다는 점도 알 수 있던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범인을 잡는 영화가 아니라, 잡을 수 없었던 시대와 인간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 박두만이 "그냥... 평범하게 생겼어." 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무겁지만 반드시 봐야 할 한국 영화의 클래식이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소개드린 이 작품은 미스터리 범죄물, 살인의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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